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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리 할머니
김길순
이웃 할머니의 소일거리는
날마다 길가에 나와서 비둘기 모이주고
다음은 허리를 못 피니 유모차 몰고
동리 한 바퀴 도신다.
내가 운동 갈라치면 아줌마 어디가
예! 운동가요, 하며 나는 지나 간다.
오늘은 할머니가 치매기가 좀 있으신 것 같다.
늘 만나는 할머니 집 앞 길가에 앉아
나를 마주 치자
아가씨! 어디가 하신다.
세상에 아무리 착각을 해도 몇 십 년을 뛰어넘는 나를 만들다니,
아! 할머니가 눈이 침침하거나 치매기가 있으신가 보다 하고
여니 때와는 달리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지나 왔다.
할머니는 길에 늘린 담배꽁초도 주워 없애고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도 떼 내고 하셨는데
세월 앞에 이길 장사가 없구나 하고
인생사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올 한해도 집과 길을 잃지 않고
그 자리에 자주 나와 앉아 있으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