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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에 대하여
김길순
오늘은 오이도 방파제에서
넘실거리는 겨울 바다를 보며
조개를 구워먹고 내려오다 간이
찻집에서 커피를 마셨네.
시커먼 커피 속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는 외로움 쓸쓸함 허망함
사랑하는 마음 모두 담겨있었네.
마실수록 앙상한 정신이랄까
가뿐한 정신이랄까.
암튼 혼탁한 마음을
잠깐 정리해주는 커피 맛이었네.
향이 좋아서 쓸쓸함이 좋아서
창가에서 파도를 보며 마시는 커피는
몇 십 년 만에 커피 맛을 제대로 안것 같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