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쨍 항아리 깨지는 소리전체보기 2014. 2. 6. 06:00
쨍 항아리 깨지는 소리
김길순
설지나 대보름이
가까워 오면
옛날부터 메주로 장을 담근다.
항아리가 필요한 시기에
도시의 아파트촌에는
장독이 처치곤란인가 수난을 겪고 있었다.
어느 여인은 큰 항아리는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망치로
항아리를 세차게 내려친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한이 서려 있는 항아리
비명으로 부서지며 종량제자루에 담긴다.
행주에 물을 적셔가며 장독을 닦던
어머니가 생각나고
장독대에 소복소복 쌓인 눈
추억이 되어 다가오기도 하는데
깨져버린 잔해 속에 여인들의 정한이
꿈틀거리는 것 같은 자루를
경비 아저씨는 더, 더 내리 처라고 말을 거듭한다.
'전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이 힘들 때에는 (0) 2014.02.12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0) 2014.02.07 고들빼기 김치 (0) 2014.02.03 정월의 기도 (0) 2014.02.02 설을 보내면서 (0) 2014.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