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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보기 2010. 8. 16. 02:20

     

     

    친구

     

     

     김길순 

     

       여름을 마감하는 비가 연일 내린다. 이 비가 지나면 곡식들이 탐스럽게 익어 시골 들판을 누렇게 물들일 것이다.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이 불면 문득 친구 생각이 난다. 어린시절 동리친구이며 학교 단짝이었던 최현숙 지금은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경주 불국사 근처 마을로 가서 황토 집 짓고 산다.

     

       지난 여름끝자락 즘 인가 친구 셋을 초대해서 갔었다.서울에서 볼 수 없었던 두꺼비가 나와서 인사를 하고 빨간 토종 수탉이 홰를 치고 하모니라는 애견이 꼬리를 쳤다.

     

      그날 밤 마당 잔디밭 솔라 등 불빛아래서 준비해간 키보드를 켜고 가곡에 이어 대중가요까지 아마 수십 곡 넘게 노래를 불렀다. 야밤이지만 인근이라곤 앞뒤 수백 미터 넘게 집이 없고 산과 들판이었다.

     

      반딧불이가 깜박깜박 날아들 때즘 우리들은 잔디에 앉아 지나간 얘기들이며 자식들 얘기들에 꽃을 피웠다. 그날따라 창공에 달이 훤하게 우리들과 친구를 해주었다. 이튿날 새벽 오솔길 따라 산책 나갔을 때 느낀 공기, 상큼한 풀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바지 끝을 스치는 풀들하며 키 큰 소나무 감나무 벚꽃나무 대추나무 무화과나무 장미 모란 텃밭에는 빨갛게 익은 고추 부추 파 들깻잎 연못에는 옥잠화가 동동 뜨고 매미들은 고별 인사를 하는 듯 귀청이 떠나갈 듯 울었다.

     

      그렇게 정담을 나누던 친구들과 이틀 밤을 자고 오는데 들판에는 벼포기가 누르스름하게 물들기 시작했었다. 그 때도 지금과 같이 초가을로 접어드는 절기였다. 계절이 가져다주는 친구의 그리움 숙, 희, 춘, 잘 있겠지 불러본다. 그리운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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