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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강 시<내가 만난 인민군>나의 이야기 2020. 6. 27. 10:17
내가 만난 인민군
이신강
어머니는 일제(日帝)에서도 내놓지 않던 놋그릇을 꽃밭을 파고 항아리에 고이 담아 묻고
그 위에 봉선화와 과꽃을 심었습니다. 꽃밭에는 다알리아와 그라디올러스. 야생 국화와
도라지꽃이 다투어 피고 있었습니다. 한 인민군이 싸리문을 밀고 들어섰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라 바라보는 어머니를 보고 싸리문을 밀고 들어왔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학생인데 저도 오고 싶어 온 것이 아니랍니다. 고향에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지나가다
꽃을 보고 들어왔습니다. 아주머니 꽃 한송이만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는 고개만
끄덕이며 꽃 한 아름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인민군은 물기어린 눈으로 어머니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갔습니다. 어머니도 옷고름으로 눈물을 찍으며 빠알간 눈으로 그 인민군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 이신강-충남 공주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국문과 졸업 저서 <퍼포먼스시와 시그>외 6권
문학사계 여름호에서 6·25를 상기하자 특집에서 사진과 글을 발췌해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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