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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에서
김길순
풀밭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아도 봅니다.
의식의 가을 바람 속에서 눈을 떠봅니다.
비둘기들은 미동도 없이 먹이만 찾고
실버들은 가을 준비에 잎들의 살랑임도 여름과는 다릅니다.
위쪽 한길에선 차들이 목적지를 향해 쏜살같이 달리고 있네요.
여기 풀밭에 앉아 하늘을 쳐다 보면 종종 지나가던 비행기가 오늘은 모습이 보이질 않네요.
멈춰 있으라고 하는 기간이라 그런가 봅니다.
비행기 지날 때면 북경에 사는 아들 생각하곤 했었지요.
나도 거리 두기 때문에 심심해서 천변으로 나왔던 겁니다.
듬성듬성 앉은 이들은 마스크로 입을 봉해서 눈만 보이는 얼굴입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려고 앉아 있었던
신문지를 접어들고 집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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