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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서정
김길순
가을은 의미 없이 머무는 자를 떠나게 하고
바윗덩어리처럼 굳은 가슴에 체온을 얹는 계절이다.
가을은 어느 계절보다도 강한 우리들의 계절이다. 라고한
윤재천 수필가님의 글귀가 떠오른 날이다.
윤곤강의 시 「입추立秋」를 보면
입추 / 윤곤강
소리 있어 귀 기울이면
바람에 가을이 묻어오는
바람 거센 밤이며
지는 잎 창에 와 울고
다시 가만히 귀 모으면
가까이 들리는 먼 발자취
낮은 게처럼 숨어 살고
밤은 단잠 설치는 버릇
나의 밤에도 가을은 깃들어
비인 마음에 찬서린 내린다.
-윤곤강의시-
아래 김현승의 시 「가을의 기도」 한편을 더 올립니다.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떼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의 기도 」 전문이다.
가을은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분주한 계절이다.
조금 더 지나면 나뭇잎은 떨어져 뒹굴 것이며 가을나무와 같이
인간의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현실을 알게 되는 때이다.
가을은 먼 기다림의 계절이고 우리를 강하게도 해주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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