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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시인의 시집을 받아들고 모성을 드러낸
시들이 절절하게 다가오기에 세편의 시를
뽑아 올립니다. / 김길순
물망초
김수연
스민 빗물에 뼈마디 키워나갔으리라
성장통 아린 이파리 푸릇해지면
가지가지 날 선 그리움 망울로 남는다.
골진 곁 숨으로 채색된 기억은
둥근 이파리에 각인되고
나는 계절의 중심에 서 있다.
줄기를 세운다는 건
또 다른 나를 찾아 나서는 일
기억의 저편 그리운 이여
나를 잊지 말아요
코발트 빛 하늘을 담고 싶은 걸까
투둑
물망초 한 송이 꽃망울 터지고
풀벌레는 밤새 울었다.
중독
사랑은 불규칙 동사 같은 거
기약 없이 다가온 천둥 같은거
이별은 한 여름날의 소나기 같은 거
온몸을 젖고 또 젖게 하는거
1리터의 빗물과 1리터의 눈물 사이
우리는 사랑마다 이별을 맞이한다.
밥심 전심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전생에 웬 죄업 그리 두터워
남의 입에 들어갈 밥만 내내 짓다
정작 내 자식 입에 들어갈 밥은
뜸도 들이지 못한 채 눌어붙고 말았네
어느새 어미 곁을 떠나
밥 짓는 업보를 이어받은
누군가의 입이 되어 살아가는 아이들
내 자식 입에 들어갈
사 먹는 음식 쉽게 배 꺼지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밥심 전심傳心으로 누군가의
밥심에 기대어 기도할 뿐이다.
※ 김수연 시인은 화가이자 전천후 작가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글을 쓴다.
시상이 떠오르면 시를. 특정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싶을 땐 수필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을 땐 소설을 쓴다. 그가 그려낸 어
린 시절 풍경은 짙은 그늘이 깔려 있어 안쓰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그것들을 리얼하게 재생,
복원하면서도 항상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살아온
삶을 진솔하게 노래할 뿐 억지로 꾸미려 하지 않는다. 모성을 드러낸 시들
은 너무도 절절해 가슴을 젖게 한다. 그는 늘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있
는 슬프고, 외롭고, 소외당한 사람들에 눈길을 두고 있다.
-오봉옥 교수 해설에서-
김수연 저자
1965년 전남 목포 출생
서울 디지털대학교 문창과 졸업
-현대문예 시단
-지필문학 수필 공모전 신인상
-한국인콘테스트 소설 <연어>은상
-재39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민화 부문 특선(연화도)
-대한민국 체색화 대전 공모 특선 등-
-전남 문인협회 회원. 목포 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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