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나는 왕이로소이다(호, 노작, 홍사용)
    나의 이야기 2021. 3. 3. 17:57

     

    나는 왕이로소이다

                                                                                                                                           홍사용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
    그러나 시왕전(十王殿)에서도 쫓기어 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맨 처음으로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며는
    “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받은 것은 사랑이었지요마는 그것은 눈물이더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것도 많지요마는…….
    “맨 처음으로 네가 나에게 한 말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며는
    “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드린 말씀은 ‘젖 주셔요’ 하는 그 소리였지마는, 그것은 ‘으아!’하는

    울음이었나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말씀도 많지요마는…….

    이것은 노상 왕에게 들리어 주신 어머니의 말씀인데요.
    왕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올 때에는 어머니의 흘리신 피를 몸에다 휘감고 왔더랍니다.
    그 날에 동네의 늙은이와 젊은이들은 모두 “무엇이냐?”고 쓸데없는 물음질로 한창 바쁘게 오고

    갈 때에도 어머니께서는 기꺼움보다도 아무 대답도 없이 속 아픈 눈물만 흘리셨답니다. 벌거숭이

    어린 왕 나도 어머니의 눈물을 따라서 발버둥질치며 ‘으아!’ 소리쳐 울더랍니다.

    그날 밤도 이렇게 달 있는 밤인데요, 으스름달이 무리 서고 뒷동산에 부엉이 울음 울던 밤인데요,
    어머니께서는 구슬픈 옛 이야기를 하시다가요, 일없이 한숨을 길게 쉬시며 웃으시는 듯한

    얼굴을 얼른 숙이시더이다.


    왕은 노상 버릇인 눈물이 나와서 그만 끝까지 섧게 울어 버렸소이다.
    울음의 뜻은 도무지 모르면서도요.
    어머니께서 조으실 때에는 왕 만 혼자 울었소이다.
    어머니의 지우시는 눈물이 젖먹는 왕의 빰에 떨어질 때에면,

    왕도 따라서 시름없이 울었소이다.

    열한 살 먹던 해 정월 열나흗날 밤, 맨 잿더미로 그림자를 보려 갔을 때인데요,

    명(命)이나 긴가 짧은가 보랴고.
    왕의 동무 장난꾼 아이들이 심술스러웁게 놀리더이다. 모가지 없는 그림자라고요.
    왕은 소리쳐 울었소이다. 어머니께서 들으시도록, 죽을까 겁이 나서요.

    나무꾼의 산타령을 따라가다가 건너 산비탈로 지나가는 상두꾼의 구슬픈 노래를 처음 들었소이다.
    그 길로 옹달 우물로 가자고 지름길로 들어서면은 찔레나무 가시 덤불에서 처량히 우는 한 마리

    파랑새를 보았소이다. 그래 철없는 어린 왕 나는 동무라 하고 쫓아가다가 돌부리에 걸리어

    넘어져서 무릎을 비비며 울었소이다.

    할머니 산소 앞에 꽃 심으러 가던 한식날 아침에,
    어머니께서는 왕에게 하얀 옷을 입히시더이다. 그리고 귀밑머리를 단단히 땋아 주시며 “오늘부터는

    아무쪼록 울지 말아라”
    아아, 그 때부터 눈물의 왕은!
    어머니 몰래 남 모르게 속 깊이 소리 없이 혼자 우는 그것이 버릇이 되었소이다.

    누우런 떡갈나무 우거진 산길로 허물어진 봉화 둑 앞으로 쫓긴 이의 노래를 부르며 어슬렁거릴 때에

    바위 밑에 돌부처는 모른 체하며 감중연하고 앉았더이다.
    아아, 뒷동산 장군 바위에서 날마다 자고 가는 뜬구름은 얼마나 많이 왕의 눈물을 싣고 갔는지요.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니의 외아들, 나는 이렇게 왕이로소이다.
    그러나 그러나 눈물의 왕! 이 세상 어느 곳에든지 설움이 있는 땅은 모두 왕의 나라로소이다.

     

    ※ 1920년대 문학사를 보면 1922년에 홍사용의 주요 작품이 나온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꿈이면은?>, <봄은 가더이다>.등이다.

    1920년대의 상실의 비애. 지식인의 시대적 좌절 등을 노래했다.

    누구나 학창 시절에 한번쯤은 접해 본 시임을 안다. 땅은 모두 왕의 나라로소이다.

    이 대복만 봐도 일제 강점기 상황을 느끼게 된다. 일제 강압에 붓을 꺾은 '노작 홍사용'

    현대 문학사조의 새 영역인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문학을 개척하였다.

                                                    -작성 김길순-

     

     

     

     

     

     

     

    공감은 아래 하트를 누르시면 됩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수연 시집  (0) 2021.03.06
    (고려 가요)가시리잇고  (0) 2021.03.05
    (詩)깃발 유치환  (0) 2021.03.02
    석양에 피는 꽃  (0) 2021.03.01
    훈훈한 미담이  (0) 2021.02.19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