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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절대 고독 - 김현승나의 이야기 2021. 3. 19. 00:05
절대 고독
김현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 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 나의 시(詩)는.
출생 1913- 1975
1968년 「견고한 고독」에 이어 1970년에 나온 그의 네 번째 시집 『절대 고독』에서도 이런 고독의 탐구는 계속된다. 이 무렵 그는 『현대문학』의 추천 위원으로 활동하며 이론서 『한국 현대시 해설』을 간행한다. 1970년부터 1973년까지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지낸 김현승은 이 무렵에 숭전대 문리대 학장을 맡기도 한다.
1973년 그는 『김현승 시 전집』을 펴내고, ‘서울시 문화상’ 예술 부문을 받는다. 같은 해 3월 하순, 차남의 결혼식을 치르고 나오다가 고혈압으로 쓰러진 시인은 한 달 만에야 겨우 사경에서 벗어난다. 이 뒤로는 거의 시작 활동을 하지 못하고 신앙에 몰두해 병원과 교회를 오가는 생활을 한다. 평생 가난과 벗하며 시인과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그는 마저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다시 숭전대에 강의를 하러 나간다. 1975년 4월, 김현승은 채플 시간에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하고 예순두 해의 삶을 마감한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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