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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를 기다리며
구명숙(숙명여대 명예교수)
꽃이 다지기전에 제비를 만나야지 하고 마음먹고 친구와 양재천으로 갔다.
능수벚꽃은 연분홍 치마로 휘날리고 물오른 수양버들도 요리조리 살랑대는데
이팝나무가 봄바람을 다스리고 있었다.
친구가 걸음을 멈추고, 오늘이 삼짇날 (음력 3월 3일)이라고 알려 준다.
그런데 어디에도 제비가 보이지를 않는다. 수 천리를 날아와 처마 밑에 짚과 흙을 섞어
3월3일에는우리나라에 찾아와서 착하고 어김없이 찾아오던 연미복 신사! 제비가
정녕 우리나라에 오지 않는가 보다.
작고 연약한 몸으로 수 천리를 어떻게 날아올 수 있었던가?
누구를 만나려고 밤낮으로 날개를 저었을까.
우리의 흥부전을 잊을 수 있을까? 흥부가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주었다.
제비는 삼짇날 박씨 한 개를 물고 다시 흥부네 집으로 돌아왔다.
흥부가 그 박씨를 잘 키워 아내와 슬금슬금 스르륵 커다란 박을 타보니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와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봄이 오면 강남갔던 제비가 좋은 소식을 가져 온다는 희망의 기다림도 있다.
제비는 곡식을 먹지 않으므로 청렴한 사람을 가리킬 때 “곡식에 제비같다”는 말을 한다.
“제비도 은혜를 아는데 하물며 사람이 은혜를 몰라서야 되겠는냐는 뜻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평등하고 공정한가 정의로운가? 무엇보다도 정직한가. 환경오염정도는 살만한가.
제비가 다시 찾아오면 삼천리강산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려나?
제비여! 그대 기다리는 마음을.
※ 문학사계 이번 여름호에 실린 글을 읽고 간추려서 발췌해 올렸습니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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