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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학시절 - 기형도
    나의 이야기 2021. 7. 17. 17:03

     

     

    학시절

                                             기형도(1960~1989)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 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

     

     

     

    *

    도서관에 가면 언제나 찌그러진 가방처럼 걷는 사람이 있고,

    병원에 가면 꼭 서너번씩이나 혈압을 재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유독 겨울에는 더 그렇다. 플라톤을 읽을 때

    울리는 총성. 그리고 탕, 겨울은 배번 터지듯 온다. 졸업도 그렇다. 당시 상황을 말해 주는듯 하다. 옮겨온 글

    -작성 김길순-

     

     

    기형도

    인천 옹진 출생.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안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 『입속의 검은 잎』이 있다.

     

     

    하고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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