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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나비
김기림 /시인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알려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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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0년대 모더니즘의 대표적 시인 중 하나인 김기림은 주지주의적 시세계를 펼쳐서
'음악보다 회화, 감성보다 지성, 전원보다 도시공간,애상과 감성보다 명랑하고 경쾌한
정서를, 국지적 정세보다 세계문명 비판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시의 제목인 '바다와 나비'는 비유의 매개항이다(바다가 새로운 세계라면 나비는
새로운 세계를 찾아 돌진한 주체다). 바다가 새로운 영역 전체라면 나비는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주체다.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아간 김기림은 결국 지쳐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인간은 삶의 넓이에 압도되어 절망하고 만다,
이것이 인간범사의 보편적 논리임을 시인은 깨달은 것이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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