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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에서 자는 어머니
    나의 이야기 2021. 8. 17. 00:02

     

     

    버스에서 자는 어머니

                                                고형렬

     

    흰 양말에 남자 고무신을 신었다.
    통치마 아래 반들거리는 정강이
    항포돛색 보자기로 네 귀를 묶고
    풀다라를 안고 졸고 있었다.
    엷은 구름에 바다는 훤한 새벽
    불켜고 버스는 북쪽으로 간다.
    자식들의 늦은 등교 찻간에서
    나는 동해안 어머니를 자주 보게 된다.
    옆구리에 혹마냥 불거진
    흔들리는 어머니의 젖가슴을 보고
    나는 해송 달아나는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관광 여름 한철을 따라서
    어머니는 주문진으로 나가시는가 보다.
    언덕바지나 동구에 삑 설 때마다
    찰싹찰싹 어린 파도 소리 들린다.
    저러고 눈만 감은 어머니를
    나는 바람결에 알고 있다,
    어머니는 해변가 여자가 아닌가.
    그러나 지금 조으는 6척 어머니
    짚또아리 드신 장사 같은 어머니는
    아무 표정도 없이 자고 계신다.
    더 위로 위로 오늘은 가시나 보다.

     

    ********************************

    *

    고형렬시인 출생1954년 11월 8일,

    강원 속초시데뷔1979년 현대문학 등단

    경력창작과비평사 편집부 부장

    수상2018. 유심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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