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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絶頂) - 이육사나의 이야기 2021. 8. 14. 00:02
절정(絶頂)
이육사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1940년>
*
이육사의 ‘절정’은 1940년 <문장> 1월호에 발표된 시로 일제강점기 시대의 민족 수난을 주제로 한 시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수난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담은 저항시의 백미로 <광야>, <청포도>등과 함께 이육사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2행 4연으로 구성된 자유시 ‘절정’은 기승전결의 안정된 시형을 갖추었고 1-2연에서는 ‘매운 계절’의
채찍에 쫓겨 마침내 칼날 위에 선 것과도 같은 극한 상황이 표현된다.
3연에서는 그 상황이 무릎을 꿇어 도움을 청하고자 한 발 옆으로 비껴 서는 것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에
이르고 4연에서는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역설적 표현으로 그러한 극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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