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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첫날 아침
김길순
길을 가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시간이 억새처럼 가지런히 서서
어깨동무하고 바람에 흔들린다.
하얀 머리 흔드는 억새처럼
내 일생일대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으리.
마른 풀잎들 사각거리고
무서리 하얗게 내리는
쓸쓸한 나의 11월 첫날 아침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에
겨울 준비, 동치미 담그고 김장하고
매주 쑤는 바쁜 일상이 지나면
나도 릴케처럼 시간을 붙들지 못하고
11월 나무들처럼 서서 자리매김하는
한 달을 보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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