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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달은 해를 물고나의 이야기 2021. 11. 2. 00:02
달은 해를 물고
ㅡ 벼루읽기
이근배
돌로 태어나려면
꽃도 되고 풀도 되는
압록(鴨綠) 물을 먹고 자란
위원화초석(渭原花艸石) 닮아야지
붓농사 기름진 텃밭
일월연(日月硯)으로 뽑혀 살게
달은 왜 해를 물고 있어
아니 해가 달을 물었나
하늘이 내린 솜씨
천지창조가 여기 있구나
아무렴 저 역성혁명 때
우리네 살림도 담아야지
산이거나 나무거나
꽃이거나 뭇 짐승이거나
세상에 좋고 이쁜 것
다 불러 살아가는
높고 먼 우주경영의
새 하늘이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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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유심작품상 시조부문 수상자론-이근배 론(신춘문예 평론)
1. 우주경영의 시
이근배 시인의 시조선집 《달은 해를 물고》(‘우리 시대 현대 시조 100인선’, 태학사, 2006)의 서시이면서 표제시인 <달은 해를 물고>를 읽으면서 ‘우주 경영의 시’, ‘우주 경영의 (시)집’을 떠올렸다. 시의 끝에 있는 다음과 같은 구절 때문이다.
산이거나 나무거나 꽃이거나 뭇 짐승이거나
세상에 좋고 이쁜 것 다 불러 살아가는
높고 먼 우주경영의 새 하늘이 뜨고 있다
“산”을 불러들이고 “나무”를 불러들이고, “꽃”과 “뭇 짐승”을 불러들이고, “좋고 이쁜 것/ 다 불”러들여, 세계를 새롭게 구성하려고 한다. 세계를 새롭게 명명하려고 한다. “우주 경영의/ 새 하늘” 밑에서 모든 생명들은 다시 태어난다. ‘새 하늘’의 ‘새’에 주목한 것이다. 대여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읊었듯이 이근배 시인 또한 산을 호명해 산을 만들려고 하고, 나무를 호명해 나무를 만들려고 하고, 꽃을 호명해 꽃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모든 물상들을 재창조하려고 하고 있다. 시인에 의한 ‘제2의 창조’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다. 재창조[제2의 창조]는 창조자에 대한 반역이다. 이근배 시인은 조물주에게 반역하고 있다. 서시는 벼루에 관한 시이다. 부제가 ‘벼루 읽기’이다. 중반부는 다음과 같다.
하늘이 내린 솜씨 천지창조가 여기 있구나
아무렴 저 역성혁명 때 우리네 살림도 담아야지
“하늘이 내린 솜씨”라며 벼루를 예찬하고 있다. 천지창조에 의해 벼루가 만들어졌지만 벼루가 다시 창조를 꾀한다고 하고 있다. “역성혁명”을 꾀한다고 하고 있다. 역성혁명의 내용은 물론 모든 물상들을 호명하여 벼루에 담고 붓에 담는 것이다. 화선지에 담는 것이다. 시에 담는 것이다.
우주를 재창조하여 우주를 경영하는 것이다. ‘우주경영’이라는 말은 사실 쉽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호방한 상상력, 말 그대로의 우주적 상상력이 우주경영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듣게 한다. 이근배 시인의 시세계를 호방한 상상력의 구체화, 혹은 우주적 상상력의 구체화라고 할 수 있다. “달은 해를 물고”라고 한 것부터가 호방하다. 우주적이다. 호방한 상상력·우주적 상상력들은 낭만주의적 상상력과 인접의 관계에 있다. 또한 격정Pathos과 인접의 관계에 있다.-생략- 옮겨온 글-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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