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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환 시인 투명한 그물
    나의 이야기 2021. 11. 5. 00:02

     

     

     

    투명한 그물

                                                                 김윤환

     

    엄마는 콜센터에서 아빠는 물류센터에서 아이는 피씨방

    에서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할아버지는 복지센터에서 익숙치

    않는 쉼표의 그물에 걸린 가족이 있었다 그 마을에는 죽어도

    걸리지 않고 걸려도 보이지 않는 쉼표의 고리들이 둥둥 떠다

    녔다 걸려 울다가 잠드는 매미의 가족이 있었다 곁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행렬들 순서가 흐트러질수록 선명한 노래며 죽

    은 바다에 떠도는 해파리처럼 그물에 걸린 N차의 울음소리

    가 마을을 휘감고 있었다 울어도 울어도 죽어야만 들리는 위

    험한 매미의 노래가 있었다 끝나지 않는 투명한 그물이 있었

    다 가난해야만 걸리는 가시 그물이 있었다

     

    거둬들일 수 없어 익숙한 지옥

    두려움을 껴안고 의심을 껴안고

    서로를 위로하는 동안

    N차들의 마을에는

    무거운 그물이 함께 살고 있었다

     

    ***********************************************

     

    ※ 권영옥 문학박사의 현장 시평 (17), 김윤환 시인

    「투명한 그물」, 

    김윤환 시인의 『내가 누군가를 지우는 동안』(모악, 2021)의 시를 바라보는 것은 마음이 아프고 슬픈 일이다. 1960-70년대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이기에, 더욱이 김윤환 시인과 같은 고향 사람이기에, 그의 시에 나타나는 가난과 절망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그의 시를 아주 천천히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고통, 절망만이 아닌, 그리움과 회한도 묻어 있다. 그래서, 여러 시의 맛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들은 독립적이라기보다 대부분 연결되어 있다. 그러면서 각각의 시 장르가 고품격을 유지함과 동시에 성찰과 통찰력도 돋보인다. 이렇게 연마한 시들은 행동하는 실천과 품이 넓은 선비의 품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시인이 소외계층 사람들을 대할 때면 더 대륙적인 품을 느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인 역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가장 어두운 쪽에 창을 그리고 거기에 해를 그려 넣었”(「벽화」)을 정도로 경제적 문제에 봉착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좋은 점만 있지 않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인간과 인간 간의 모순과 갈등, 분열과 간극을 일으키는 비극적 세계가 자리하고 있다. 더욱이 이 사회에서는 자본주의에 의해 생산된 물건과 상품들이 인간 생활의 작은 부분까지 지배한다. 그런데 이 물건들은 인간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는 것보다, 사물화 경향을 보이며 인간을 물질주의에 빠지게 한다. 이러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성은 대개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하나는 이 사회에서 부를 축적하고 내면화함으로써 권력을 취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이 사회에 기여하고 가치를 느껴도 소외된 채 주변부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후자는 사회 계층의 서열적 상⸱하관계의 구조로 볼 때 저소득층에 해당되는 노동자들로서 기업에 자기 노동을 상품화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가정을 중요시하기보다는 대량생산을 가치에 두는 기업의 부품으로 전락하는 인간 소외 현상을 초래한다. (「투명한 그물」, 「무저갱의 블루스」, 「밥숨」)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가족 형태는 서로 간에 온기를 주는 것보다 파편화된 개인적 삶을 드러내고 있어, 이 사회의 뿌리 깊은 비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임영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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