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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에서 김길순
대청마루 끝까지 비추던 여름 햇살은 숲
속으로 숨어 버리고, 소수서원 기와지붕에
도 뜰에도 가을볕이 한가로이 눈부신 가운
데, 고추잠자리 날고 청개구리 갈잎에 앉
아 햇살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빨갛게 익은 사과 밭을 지나오며 지워지지
않는 것은 모고(물고기)였다. 소리가 밑으
로 깔린다는 범종을 미세하게 손으로 쳐
보았다.
그 반응은 전신에 전율을 일으키고 땅속
으로 사라졌다. 태고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역사 탐방을 마친 후에도 그 영주 땅
울림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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