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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머리의 열정 김길순
강의실 안 학생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며 나이를 가늠한다.
황금빛 탈색머리 백발이 성성한 머리, 한 사람 건너 윤기자르르한
검은 내 머릿결에 시선이 머문다. 지나온 세월을 애써 감추려 흰
화선지 위에 먹물로 수묵화를 치듯 웰 칼라로 염색한 나의 머리카락이었지만
주민등록 번호는 그들보다 앞자리 수였다.
헤실헤실 웃는 풋내기 청바지들의 미소가 예사롭지 않다.
돋보기 안경너머에 A+ 학점이 보일 듯 보일 듯, K교수는 뿔테안경 너머로
칠판에 모방론의 원조 플라톤 이데아 사상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개연성의
강의는 이어지고 노트위에 세로로 누운 내 글씨는 열정을 다 할수록
까맣게 아주 까맣게 덩어리로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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