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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초의 버림 김길순
연인처럼 품속에 품고 다니던 담배
동그라미 원을 그리며
후! 하며 속에 맺힌 한을 품어내기라도 하듯
빠끔 빠끔 타들어가던 한 개비의 운명은
길바닥에 내던져지고
건물위에서 아래로 던져지고
달리는 차창을 열고 던져지고
모래를 파고 그 속에 묻어 버리고
가슴에 품고 다니던 연인과도 같은 담배
그 꽁초에 양심을 담아 던진다.
저 유명했던 공초 오상순 시인은
하루세끼 끼니를 거르면 걸렀지
1분이라도 담배를 물지 않으면 큰일 나는.
‘꽁초’라는 별호가 더 친숙한 시인이 생각난다.
연인을 사랑하듯 꽁초를 보내는 순간도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그러한
아름다운 버림을 익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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