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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시(색채 이미지)를 생각해 본다나의 이야기 2010. 10. 26. 21:00
후기 시집인 『山 의 序曲』에 수록된 위의 시에서는 녹색과 적색과 황색과 흰색이 한꺼번에 뒤섞여 나온다. 개개의 색단을 유지하면서 색채의 상호 관계 형성으로 말미암아 이색군異色群의 중첩성 또는 미묘한 간색間色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우선 이 구절이 연상시키는 서경을 산문적으로 재구성해보자. 가을의 푸른 하늘을 바탕으로 녹색이었던 나무와 풀들이 붉게 단풍들어 가는 와중에 산수유의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게다가 산수유의 노란 꽃잎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직접 색채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오늘 같은 함박눈 내린던"에서 유추되는 흰색의 이미지까지 포함하면 이 시에는 짧은 구절에 무려 여섯 개의 색채이미지들이 혼용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독특한 색채어의 다중적 융합의 기교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색채에 혼용된 시 몇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⑴
어머니
먼 하늘 붉은 놀에 비낀 숲 길에는
돌아가는 사람들의
꿈같은 그림자 어지럽고
흰모래 언덕에 속삭이든 물결도
소몰이 피리에 귀 기우려 고요한데
(그 꿈을 깨우면 어떻게 할까요?) 중에서
⑵
너는 저 푸른 하늘에 잠자는 해볕을 사랑하고
숲넘어 날아가는 하-얀 비둘기를 부러워하드구나
(너는 비둘기를 부러워하드구나) 중에서
⑶
하늘이 저렇게 옥같이 푸른 날엔
멀리 흰 비둘기 그림자 찾고 싶다
느린 구름 무엇을 노려보듯 가지 않고
먼 강물은 소리 없이 혼자 가네
뽑아올린듯 밋밋한 산봉우리 곡선이 또렷하고
명랑한 날이라 낮달이 더욱 희고나
석양에 빛나는 가마귀 날개같이 검은 바위에
이런 날엔 먼 강을 바라보고 앉은 대로 화석이 되고싶어……
(화석이 되고 싶어) 전문
⑷
삼월이 오면 꽃바람 속에산수유 꽃바람 노오란 속에 오늘 같은
함박눈 내리던 이야기 주고받으며 경칩에 뛰어 나온 개구리처럼 그
런 이야기 할까보다
(삼월이 오면) 전문
⑸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중략)
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 이미지는 상상력의 소산이지만 , 상상력은 대상인 사물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식 주체로서의 시인이 가지는 것이다.이미지란 결국 대상과 대상을 인식하는 시인이라는 주체와의 관계에서 형성된다고 본다. 이미지는 감각 기능 외에 정서 환기와 사상을 표현한다.신석정 시의 색채 이미지를 통해서 시인 신석정의 사상을 추구하고 파악하려고 하는 것도 색채 이미지의 중요한 기능의 하나가 바로 시에 있어서 가장 특징적 인상적 기능을 담당한다. 여기서는 신석정 시인의 색채 이미지를 중심으로 그 시세계를 살펴 본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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