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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며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에게는 두 자아가 존재한다. 용정의 맑은 물을 마시던 그 순간하고
행복한 본래의 자아와 일제의 침탈로 인해서 조국도 고향도 빼앗긴 채 외지로 떠돌아야 하는 비 본래의 자아다.
그가 미워하는 사나이는 일제의 식민지 백성으로 찌그러진 자아를 의미한다면,
돌아가다 생각하니 또 그리워지는 사나이는 본래의 자아를 의미한다.
이러한 양면성의 진솔한 갈등을 통해서 자기 고백과 자기성숙을 보인다.
-작성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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