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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을 다듬으면서나의 이야기 2022. 10. 20. 00:03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이향아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나는
나란히 사는 법을 배웠다.
좁히고 좁혀서 같이 사는법
물 마시고 고개 숙여
맑게 사는 법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나는
어우러지는 적막감을 알았다.
함께 살기는 쉬워도
함께 죽기는 어려워
우리들의 그림자는
따로따로 서 있음을.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나는
내가 지니고 있는 쓸 데 없는 것들
나는 가져서 부자유함을 깨달았다.
콩깍지 벗듯 던져 버리고 싶은
물껍데기 뿐.
내 사방에는 물껍데기 뿐이다.
콩나물을 다듬다가 나는 비로소
죽지를 펴고 멀어져 가는
그리운 나의 뒷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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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에 대한 이런 인식 능력은 탄탄한 주제의식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시적 인식이란 결국 자기가 지닌 만큼 볼 수 있다는상식과 상통한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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