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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멀리 떨어져 기다리게 되면전체보기 2010. 10. 31. 07:05
부부가 멀리 떨어져 기다리게 되면 김길순
정겨웠던 사람은 애틋하게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 떠나 보내는 그 시간부터 하루,
이틀, 사흘…… 멀어질수록 그리움은 여물어가고 기다림은 절실해 진다.
그리하여 기다림에 주름잡힌 얼굴은 슬픔과 아름다움으로 곱게 익어서
맛 드는 과일과도 같은 결정체를 이룬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게 되면 비로소 대자연의 사물들이 제대로 보이게 된다.
태양의 미소와 바람의 애무를 눈치 채게 된다. 눈짓하는 나무와 새처럼,
떠난 이의 뒤에서 사랑으로 보내면서 쓸쓸히 헛웃음 치는 그 아픔은
아름다움이요, 사랑스러움이다.
아름다운 것은 결국 웃음꽃과 같은 것이다.
웃음꽃을 피워 보낸 뒤에 울며울며 아픈 상처에 쐐기를 지르면서 신경을
짜깁기하는 망각의 꽃 빛 술이요, 기다림의 노을빛의 고운 잔이된다.
그 부부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나게 되면 홍시가
비바람에 긁힌 상처는 눈에 뜨이지 않고 가리워져 있듯이 쉽사리
상처가 눈에 뜨이지 않을 뿐이지 마음의 상처는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