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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기도 김길순
아침 식탁에 오른 한 컵의 우유를 마실 때에도
그 유리컵에 굴절하는 가을날의 햇살을 바라보면서도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그런 겸손한 자세로
인생의 가을을 받아들이자.
대자연의 순리대로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순응함으로써 여무는 인생의 결실을 도모하자.
가을이란 위대한 여름의 과정을 거쳐 오듯이,
가을로 열매 맺는 달관의 경지는 고난으로
여물어가는 깨달음에서 온다.
라이너마리아 릴케가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서성거리다가 깨달음을 얻었듯이, 나 역시 가을의
문턱에서 서성거리며 단풍잎 엽서를 받아 읽는다.
릴케가 <가을날>이라는 시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여 달라고
기도한 것처럼, 나는 그러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그리고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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