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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잎에 맺힌 물방울전체보기 2010. 10. 30. 17:00
토란잎에 맺힌 물방울 김길순
가을이 깊었다. 하늘은 목이 시리게 푸르고,
목을 빼어 늘인 나무는 가식의 옷을 벗는다.
스산한 바람이 스칠 때 마다 낙엽은 서럽게 굴러간다.
낙엽이 굴러갈 때 나의 마음도 굴러간다. 내 인생도 저물어 간다.
열차가 산모퉁이로 꼬리를 감출 때처럼, 사라지는 것을 보면 슬프다.
그토록 녹음을 자랑하며 가슴 부풀던 이파리들이 “마지막 잎 새‘로 떠나는
가을이면 내 가슴엔 어느새 고목처럼 구멍이 뚫린다. 그 구멍이 뚫린 곳으로
회한의 바람이 인다.
회한 그렇다!
가을은 회한의 계절이다. 나는 잡다하게 찌든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고 싶다. 그리하여 아침 햇살에 영롱히 빛나는 한 방울의 이슬이 되고 싶다. 토란잎에 맺혀있는 하얀 이슬방울 , 수은 빛 물방울처럼,
거리낌 없이 구르면서도 티끌 하나 묻지 않는 물방울 같은 그런 마음이 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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