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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 대하여
김길순
흙에서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땀을 흘리면 땀을 흘린 만큼 거둔다.
흙은 적당히 눈치 보는 일도 없고 잘 보이려고 할 필요도 없다.
우리들이 밟고 다니는 땅, 모든 동물-짐승들 까지도 마음대로 밟고 다니는 흙은
누가 뭐라 해도 피동적인 사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능동적인 우리들 모두가 그 흙 속으로 들어가고야 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우리의 조상들이 그래 왔고 모든 인류가 그래 왔기 때문에 우리도
언젠가는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
흙은 무표정하지만 그 흙에서 비롯된 자연 만물은 여러 형태의 아름다운
표정으로 나타난다. 흙은 오로지 자연 그대로 정직하게 싹을 틔우고 열매를
열리게 하면서 영원히 존재할 따름이다.
흙은 겨울날 청보리 뿌리를 내리게 하고 밟고 다녀도 봄이오면 다시 고개를
들게 하는 흙의 힘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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