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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
김지윤
한송이씩 피는 꽃이 있다
한 송이씩 작은 꽃이 새로 피어
백 일 동안 시들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백일홍
사실은 매일 한 송이씩 지고 있다
사라져야 한다면 그렇게 사라지자
희미하게와서 자취없이 돌아가더라도
작은 꽃 지고, 다시 작은 꽃 피고
꽃이 지든 꽃이 피든
계절은 지나가는 거지만
사라지지않는 새벽이 있다는 듯
지워지지 않는 황혼이 있다는 듯
한 송이씩 피어날 수 있다
백 일 동안 볼 수 있도록
그 정도는 작은 꽃이 할 수 있는 일
봄이 생겨나게 하는 것과
무너뜨리는 것들
여름이 찬란히 비추는 것들과
태워버리는 것들을
모두 이해해야
백일 후에
추운 시절을을 수 있다
오늘도 다시
한 송이
-문학사상 2022년 10월호 (600호) 기념특집 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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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2006년 <문학사상>에서 <수인반점의 왕선생> 외 4편의 시로 등단했다.
2016년 <서울 신문>:을 통해 평론가로도 등단했다.
현재 상명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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