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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향수)나의 이야기 2023. 1. 4. 00:01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 빈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경 같은. /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
아무렇지도 않고 / 사철 발 벗은 아내가 /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긴 별 /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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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일제치하인 1927년 3월 <조선지광> (65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여기에서 평범속의 비범을 보게 됩니다.
대중가요로도 만들어져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은 고향에의 향수와
그리움이 실감있게 나타나 있습니다.
이러한 실감은 모더니즘 기법과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그는 김광균 김기림 두 시인과 함께 모더니즘 영향을 보였습니다.
이 시에는 시각적 색채의식과 함께
청각적 음향의식이 실감으로 다가옵니다.
-작성 김길순-이부재 그림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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