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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쥐불놀이
    나의 이야기 2023. 1. 3. 00:01

     

      쥐불놀이  

                                       박종현

     

    겨울 들녘에서

    묵시록 읽고 있는 바람소리 들린다

    책갈피마다 서성이는 빈 그루터기

    소유를 벗어버린 계절이

    맑은 햇살에 몸 씻고 다시 드러눕는다

    샛별 같은 깨달음에 눈뜰 때까지

    허기로 저무는 들판 내달으며

    쥐불을 놓던 내 심심한 유년이

    흙바람 속으로 자물려 와 눈을 감는다

     

    불티가 난다

    낯익어 외롭잖은 허공으로

    꿈의 질량만큼 가볍게 날아오르는 불티.

     

    아이들은 청보리 발목을 붙든 추위 녹을 때까지

    떼고함으로 동맥을 덮히며 봄을 건진다

    지순한 눈빛 하늘을 담고

    불 꺼져가는 하늘 곁에서 나이를 먹었지-생략-

     

    천 년을 발돋움해 온 들녘의 가슴팍

    설익은 삶을 가둬놓은 시멘트집들만 널린 채

    겨울 묵시록 시퍼런 목청이 전깃불을 켠다.

     

    *****************************************************

    이 시는 199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고유한 전통적인 소재를

    의식 내부로 내면화시켜서 그것을 다시금 개성적인 작품으로 형상화하여

    펼쳐 보여주고 있다. 결말 부분에서 '설익은 삶'을 청산하고 전깃불을 켜듯

    희망을 갖고자 하는 데 그 원시적 생명감이 살아나는 공간이 바로

    '들녘의 가슴팍'이라 하겠다.

     

     

    다음 이미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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