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다리와 전화
김길순
내가 젊었을 때는 가끔 밑반찬으로 코다리 조림을 해서
상에 올리곤 했었다. 자녀들은 다 자기 보금자리를
찾아가고 둘이서 살고 있다.
요즘은 밥을 많이 먹지 않아 밑반찬도 줄어들었다.
며칠 전 그이가 귀가 도중 길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코다리가 여덟 마리에 만원이라는데 사갈까 하는 말이었다.
나는 손사래를 쳤다.
여덟 마리 장만도 힘들거니와 둘이서 다 먹으려면 어휴!
오늘 운동을 끝내고 오다가 시장길에서 그 코다리
트럭을 보았다. 나는 네 마리만 샀다.
가끔 보리밥 생각이 나듯이, 그이도 코다리의 맛이 그리운가보다.
그이가 코다리를 토막내어 주고 나는 맛있는 양념을 해서 조렸다.
상위에 오른 코다리 조림이 반질반질 윤기가 흘렀다. 밥 한 그릇은
뚝딱 할 수 있어 보였다. 그 이의 미소를 보며 사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 나는 다이어트만 아니면 갓 지은 밥에 세 토막은 먹을 수 있을 텐데
한 토막 먹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향수) (97) 2023.01.04 (詩) 쥐불놀이 (97) 2023.01.03 2023년 새 달력을 걸면서 (91) 2023.01.01 가난한 날의 행복 (108) 2022.12.30 "이별은 일천 줄기의 꽃비다." (95) 2022.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