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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원 긓림 저 문을 열고
한관식
아들을 기다린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에서 아들의 첫 휴가를
그립게 손꼽았던 날
쌀을 씻고 밥물을 맞추고 계란찜에 동태국을 끓이면
멀리 재회의 썰물이 철썩 부딪혀 온다
질식하도록 고마운 인연이기에
무엇하나 바꿀 수 없는 눈물겨움이기에
늑골이 욱신하도록 생의 찬란한 순간을
공유하고픈 아비의 마음이지 싶다
밥물은 끓고 계란찜은 또렷하고 동태국은 바다를 나르고
그래도 누추한 밥상이 먼저이기에
순간 생각난 듯 마트에서 대패삼겹살을 사온다
불판에 올리면 순간적으로 익어갈 열기를 맞춰두면서
조급함에 시계를 챙긴다
이만큼이나 시간이 앞질러간 듯 뜀박질하는 골목 소음에서
항시 열어둔 귀를 세우고 아들의 발자국을 채집하기 위해
몸을 낮추면 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첫 휴가의 환한 아들의 얼굴은 거침이 없다
요 앞 순대국밥 집에서 맛있는 밥을 먹었습니다
그랬다 맛있는 밥은 곳곳에 있었다
젊었을 적 나도 어지간히 겉돌며 살았었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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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관식 시인
1960년 경북 영천출생
경북동부신문 소설(고깔을 쓴다)연재 중
경북예술상. 청향문학상 대상. 민들레문학상 대상. 청송객주문학대전 장려상
시집 『비껴가는 역에서』『밖은 솔깃한 오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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