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저 문을 열고
    나의 이야기 2023. 1. 24. 00:01

     

    강대원 긓림

     

    저 문을 열고 

                                                   한관식

     

    아들을 기다린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에서 아들의 첫 휴가를 

    그립게 손꼽았던 날

    쌀을 씻고 밥물을 맞추고 계란찜에 동태국을 끓이면

    멀리 재회의 썰물이 철썩 부딪혀 온다

    질식하도록 고마운 인연이기에

    무엇하나 바꿀 수 없는 눈물겨움이기에

    늑골이 욱신하도록 생의 찬란한 순간을

    공유하고픈 아비의 마음이지 싶다

    밥물은 끓고 계란찜은 또렷하고 동태국은 바다를 나르고

    그래도 누추한 밥상이 먼저이기에

    순간 생각난 듯 마트에서 대패삼겹살을 사온다

    불판에 올리면 순간적으로 익어갈 열기를 맞춰두면서

    조급함에 시계를 챙긴다

    이만큼이나 시간이 앞질러간 듯 뜀박질하는 골목 소음에서

    항시 열어둔 귀를 세우고 아들의 발자국을 채집하기 위해

    몸을 낮추면 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첫 휴가의 환한 아들의 얼굴은 거침이 없다

    요 앞 순대국밥 집에서 맛있는 밥을 먹었습니다

    그랬다 맛있는 밥은 곳곳에 있었다

    젊었을 적 나도 어지간히 겉돌며 살았었다 아들아

     

     

    *****************************************************************

    한관식 시인 

    1960년 경북 영천출생

    경북동부신문 소설(고깔을 쓴다)연재 중

    경북예술상. 청향문학상 대상. 민들레문학상 대상. 청송객주문학대전 장려상

    시집 『비껴가는 역에서』『밖은 솔깃한 오후더라』

     

     

     

    경북 소백산 잔대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년기원(新年祈願)  (89) 2023.01.26
    (시) 꼬막무침  (85) 2023.01.25
    그리운 금강산  (69) 2023.01.23
    설날 떡국  (74) 2023.01.22
    새해에는 더 많이 행복 하세요  (72) 2023.01.2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