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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조광자
한해살이 근본도 없는 것들
자투리땅에 뿌리를 내리고 세 들어 산다
이웃이 누르는 그늘에는
발라낼 햇살이 한 줌도 없다
디딜 곳을 찾아 이리저리 흔들리는 동안
느슨해진 해가 그늘을 들치고 손짓을 한다
뼈대를 키우지 못한 여린 싹을 안고
지긋이 몸을 튼다
마디마디 누워서 어디로 가야 하나
비틀린 관절들이 집 밖으로 밀려나
문간방에서 몸을 풀었다
낮이면 입 다물어 고개 숙이고
밤이면 몰래 별들에 몸을 연다
벌 나비 찾아오지도 않았는데
한 태에서 색색으로 피어난 분꽃
까만 씨앗 여럿 품었다
오늘 밤, 별똥별 수없이 떨어지겠다*************************************
시집 『닿을 수 없는 슬픔에게』 2022년 문학의 전당조광자 시인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2009년 《시와 산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닿을 수 없는 슬픔에게』 〈시원문학회〉 〈시의 밭〉 동인,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성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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