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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돌아가셨다는 말나의 이야기 2023. 2. 23. 00:01
돌아가셨다는 말
황유원
참 좋다
주위를 둘러보면 돌아갈 곳 없는 사람들 천지이지만
돌아갈 곳 아무데도 없어도
집도 절도 없어도
돌아가고 나면
돌아가셨습니다,
라고 한다는 거
누구나 결국 돌아가고
누구나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거
어디로 돌아갔는진 모르겠지만
흔히들 하는 말처럼 그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지난 몇 년 사이에만 해도 정말 다들
돌아가셨다는 거
말은 가끔 씨가 되고
돌아가시다, 라는 말이 있어
우리 모두
돌아갈 곳 생긴다는 거
참 좋다
늦은 밤 장례식장 갔다 돌아와도 도무지
돌아온 것 같지 않은 기분인 그런 날
돌아가셨습니다, 라는 말의 씨에서 싹이 돋아나
흙을 뚫고 청청하게 솟아오르는 상상에 젖다보면
어느새 세상모르고 다들
잠들어 있다는 거
-계간「상징학연구소」 202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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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시인
2013년 《문학동네》 등단.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 『초자연적 3D 프린팅』
제68회 현대문학상 시 부문 수상
-작성자 김길순- 출처 마경덕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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