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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개는 어디에 있나
    나의 이야기 2023. 2. 22. 00:01

     

     

     개는 어디에 있나 

                                  김기택

     

    아침에 들렸던 개 짖는 소리가 

    밤 깊은 지금까지 들린다

     

    아파트 단지 모든 길과 계단을

    숨도 안 쉬고 내달릴 것 같은 힘으로

    종일 안 먹고 안 자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슬픔으로

    울음을 가둔 벽을 들이받고 있다

     

    아파트 창문은 촘촘하고 다닥다닥해서

    그 창문이 그 창문 같아서

    어저께도 그저께도 그그저께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주민들 같아서

    울음이 귓구멍마다 다 돌아다녀도

    개는 들키지 않는다

     

    창문은 많아도 사람은 안 보이는 곳

    잊어버린 도어록 번호 같은 벽이

    사람들을 꼭꼭 숨기고 열어주지 않는 곳

     

    짖어대는 개는 어느 집에도 없고

    아무리 찾아도 개 주인은 없고

    짖는 소리만 혼자 이 집에서 뛰쳐나와

    저 집에서 부딪히고 있다

     

    벽 안에 숨어 있던 희고 궁금한 얼굴들이

    베란다에 나와 갸웃하는데

    어디서 삼삼오오가 나타나 수군거리는데

    흥분한 목소리는 경비와 다투는데 

     

    울음소리만 혼자 미쳐 날뛰게 놔두고

    아파트 모든 벽들이 대신 울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시집 『낫이라는 칼』 2022. 문학과지성

     

                            ​*****

    김기택 시인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곱추」 가 당선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시집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껌』 『갈라진다 갈라진다』
    『낫이라는 칼』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지훈문학상, 상화시인상,
    경희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 작성자 김길순 -

     

     

    최국자 화가 그림 (위의 진돗개 사진 다음이미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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