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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편지
    전체보기 2010. 11. 7. 07:00

     

     

     

     

     

     

     

     

     

     

     

    첫 편지                             김길순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박목월 작사 노래를 부를 때는

    곤색 스커트에 흰색 불라우스를 입고 다닐 때였다. 배꽃같이 눈부시게

    몽글몽글 구름 꽃이 피어나듯 풋풋하게 물오르는 17살 여고생이었다.


    청파동 시장을 지나 언덕배기로 올라가면 삼각지붕 으로 된 일본식 주택이

    많이 있는 동리였다. 가다가 왼쪽 집이 우리집이였고 그 옆집이 친구

    진옥이네 집이였다. 그 친구는 오빠가 둘이 있었다. 어느 날 산들바람

    불어오는 여름밤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데 창가로 자그만 흰 학 같이

    접은 쪽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이상한 예감이 들어 나가서 주워와 읽어보니 만나자는 글이었다.

    진옥이의 큰오빠는 대학교 2학년생이었다. 순진한 마음에 받은 첫 편지는

    온 밤을 떨게 하여 물론 그 다음날 치르는 시험공부는 접어버렸다.


    기억에 남는 건 흰눈이 펄펄 내리는 날 그 오빠는 까만 코트에

    빨간 털로 짠 모자를 쓰고 나와 대문앞을 서성거렸다.

    그 후 나는 장춘동으로 이사를 왔다.


    국방색 군복을 입고 어느 날 느닷없이 대학 캠퍼스로 찾아온 그에게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오빠 나는 아니야 하며 돌려 보내고 어둠이

    내려서야 집으로 왔던 것이 두 번째 기억이다.


    가끔 청파동을 지날 때면 흰 학으로 접은 쪽지 편지가 눈앞에 날고

    유난히 눈썹이 새카만 청년 진옥 오빠 얼굴이 스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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