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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갈대밭머리 2나의 이야기 2023. 3. 10. 00:01
갈대밭머리
이혜선
'철마는 달리고 싶다'
그 심장에 쓰인 하얀 글씨 혼자 달린다
민간인 통제선 안, 월정리 역
전쟁 때 폭탄 맞은 기차와 레일
녹슬고 뒤집혀 하늘 보고 누워 있다
밤마다 내 몸뚱이가 늘어난다
비틀리고 우그러진 레일 두 줄기를 이어서 뻗어간다
달의 심장 한 조각 훨훨 벌판을 달린다
비무장지대바다 건너 길게 기적을 울린다
철원평야 갈라진 궁예의 갈비뼈들
철의 삼각지에 묻힌 후예의 갈비뼈들
새빨간 피의 능선 올라
절룩이며 한탄강을 건너간다
뒤집혀 출렁이는 물결 위
눈 떠보면 아직 나는 갈대머리
찰진 흙 속에 군번 없는 해골로 누워있다
갈대꽃 하얀붓이 하늘도화지에 쓰고 있다
'이제는 모두 달리고 싶디'
*문학과 통일제8호 초대 시
이혜선- 1981 <시문학> 추천. 문학박사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문체부 문학진흥정책위원. 동국대 외래교수
수상-세종우수도서(2016) 윤동주문학상, 한국예총예술문화대상 등
역임. 저서-시집 <흘린 술이 반이다> 등 평론집 <문학과 꿈의 변용>
수필집 <아버지의 교육법>등 유튜브 이혜선 시인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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