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시) 하관
    나의 이야기 2023. 3. 8. 00:01

     

     

     

    * 경상 매일 신문 詩境의 아침 발표

    하관

                                         마경덕

     

    입관보다 더 깊은 매장埋葬

    반듯한 오후 한 시의 귀퉁이가 허물어지고

    세상의 끝, 출구는 없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인사를 두 손에 쥐고

    갱도를 따라 캄캄한 막장으로 들어가셨다

     

    알고 보니 죽음은

    생전의 걸음처럼 뒤뚱뒤뚱 무게를 달아 눕히는 것

    얼마나 모진 삶이었는지 관이 기우뚱거리고

    멀어서, 바빠서, 힘들어서

    이런 저런 핑계가 매달려 고인의 무릎이 휘청거렸다

     

    빙 둘러서서

    밀린 불효를 지우듯 몇 삽의 흙을 끼얹고 남은 울음까지 얹어드렸다

    입을 가슴에 묻고 가신 어머니, 아홉 자식의 허물을

    한 마디도 흘리지 않으셨다

    호상이라는 말로 서로를 위로했다

    긴 병치레에 통장의 잔고는 바닥이 나고

    유산遺産 한 점 없어 멱살잡이할 이유가 없었다

     

    빗물에도 녹슬지 않는 단단한 흙,

    고인의 한숨이 새지 않도록 인부들은 시룻번을 붙이듯 봉분을 다졌다

    지상에서 치르는 마지막 못질이었다

     

     ​**********************************************

     

    * 마경덕 시인의 약력 *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 시집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 

    『그녀의 외로움은 B형』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 수상 : 제2회 북한강문학상 대상 . 두레문학상. 

      제2회 선경상상인 문학상. 제18회 모던포엠문학상 수상.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2회 수혜.
    *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작성 김길순-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갈대밭머리 2  (89) 2023.03.10
    행복은 영원한 과정 속의 무지개  (110) 2023.03.09
    (시) 행성에서 외 1편  (88) 2023.03.07
    한솥밥 문화의 미운정 고운정  (97) 2023.03.06
    (시) 기숙사 2116호 실에서  (86) 2023.03.05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