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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모래는 모두가
작지만 고집센 한 알이다
그러나 한 알만의 모래는 없다
한알한알이 무수하게 모여서 모래다
오죽이나 외로워 그랬을까 하고 보면
웬걸 모여서는 서로가
모른 체 등을 돌리고 있는 모래
모래를 서로 손잡게 하려고
신이 모래밭에 하루 종일 봄비를 뿌린다
하지만 뿌리면 뿌리는 그대로
모래 밑으로 모조리 새나가 버리는 봄비
자비로운 신은 또 민들레 꽃씨를
모래밭에 한 옴큼 날려 보낸다
싹트는 법이 없다
더 이상은 손을 쓸 도리가 없군
구제불능이야
신은 드디어 포기를 결정한다
신의 눈 밖에 난 영원한 갈증!
-이형기,<모래>,전문-
* - 이형기의<모래>: 시인은 모래를 통하여 '독선적인 이념은 재난을 불러일으킨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그러므로 인용시의 시적 대상은 객관적 사물이라 할 수 있다. 시적 대상은 모래 그 자체를 지시하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시의지배적인 이미지는 시적 대상 그 자체이다. 즉 '모래'는 인용시의 시적 대상이자 동시에 지배적인 이미지라 할 수 있다.
* 이형기 시인, 대학교수
출생1933년 1월 6일사망2005년 2월 2일 (향년 72세)학력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데뷔1950년 문예 '비오는 날' 등단 경력국제신문 편집국 국장수상1990. 대한민국 문학상 -작성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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