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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어머니
    나의 이야기 2023. 5. 14. 00:01

     

     

    어머니

                                               정호승



    호롱불 켜놓고 밤새워
    콩나물 다듬으시던 어머니

    날 새기가 무섭게 콩나물다라이 이고 나가
    온양시장 모퉁이에서 밤이 늦도록
    콩나물처럼 쓰러져 세상을 버리셨다

    손끝마다 눈을 떠서 아프던 까치눈도
    고요히 눈을 감고 잠이 드셨다

    일평생 밭 한 뙈기 논 한 마지기 없이
    남의 집 배추밭도 잘도 매시더니

    배추 가시에 손 찔리며 뜨거운 뙤약볕에
    포기마다 짚으로 잘도 싸매시더니

    그 배추밭 너머 마을산 공동묘지
    눈물도 없이 어머니 산 속에 묻히셨다
    콩나물처럼 누워서 흙 속에 묻히셨다

    막걸리에 취한 아버지와 산을 내려와
    앞마당에 들어서니 어머니 말씀

    얘야, 돌과 쥐똥 아니면
    곡식이라면 뭐든지 버리지 말아라


    *******************************

    정호승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 다수

     

     

     

    이강미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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