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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집
최연숙
어제는 없던 집 한 채 늘어났다
무단점거해도 시비할 일 없는 곳이다
비 내린 어제 저녁 망치소리 들리지 않았다
신의 손끝인가
기둥과 기둥 사이 한 치 오차가 없다
바람이 드나드는 커튼 십자줄이 겹치는 곳마다
구슬방울까지 달아놓았다
빗속을 유영하던 날벌레들이 방마다 들어와
판토마임중이다
방에 든 손님들을 포식한 주인 혼자
투명 이불을 몸에 친친 감고 하늘그네에서
늦잠을 잔다
우주에서 가장 정교한
아찔한 허공의 집 한 채
※
최연숙(필명 최금하)
1960년 전남 영암 출생. 2005년 <시평>으로 작품활동 시작2020년 <미네르바>시 등단. 시집 <기억의 울타리엔 경계가 없다>.
<유다의 하늘에도 달이 뜬ㄷ가>. 수필집<작은 풀꽃의 사중주>등
현 계간<생명과문학> 편집위원.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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