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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문 김길순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각자 나름대로의 문을 지니고 있다.
문을 지닌다는 얘기는 방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들의 마음에는 사랑방이 있고 거실이 있으며 안방이 있다.
웬만한 사람에게는 대문을 열어주고, 마당이나 응접실,
사랑방으로 안내한다. 그러나 웬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안방으로까지 안내하지는 않는다.
내가 두드린 문은 안방 문이었다. 그 문은 여간해서 열리지
않는 성질의 것이다.
그 문은 두드리는 이의 마음이 투명해야 열리게 되어 있다.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두드리는 이의 티 없이 맑은 마음이다.
두드리는 이의 마음의 창에 먼지가 끼어 있으면 그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이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열쇠가 우그러져도
안되고 녹이 슬어도 안된다.
우리는 우그러지지 않은 열쇠를 넣고 돌리듯,
깨끗하고 바른 마음으로 상대편의 마음의 문을 두드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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