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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꽃의 상징성과 아버지의 바람기
    전체보기 2010. 11. 12. 18:12

     

     

     

     

     

     

     

                                                                         

                             

     

    밤꽃의 상징성과 아버지의 바람기    김길순


       최혜숙 시인이 보내준 시집『그날이 그날 같은』 을 읽어 보고

    그 시작품 중에 가슴에 와닿는 수작들을 골라 보았다.

      특히 시작품「밤꽃」에서는 '밤꽃'이 지니는 상징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 시

                             밤꽃  

                                                              최혜숙


    아버지 얼굴에 술꽃이 피면 쥐코밥상은 마당을 날아다닌다


    마당 가운데 처박힌 밥상은 모두 서서 울고

    젊은 엄마는 모로 앉아서 운다

                                                               

    땅바닥에 쏟아진 하얀 쌀밥을 주워 담으며

    흰 달빛처럼 엄마가 운다

     

    밤꽃이 웬수야

    밤나무를 없애 버려야지


    엄마는 도끼를 들고 몇 번이나 밤나무 밑둥을 찍었지만

    늙은 밤나무엔 해마다 왕밤이 열렸다


    밤꽃 사이로 둥글게 떠 있는 쌀밥 한 덩이

    괜스레 헛배만 불렀다.


    ■ 시 「밤꽃」의 상징성이란  밤꽃을 닮은 남성에서 풍기는 향을 통한 남여의 상열지사를 가능케 하는 에로틱한 상징을 깔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남녀 간의 애정윤리의 불규칙동사 같은 것을 눈치채게 한다.  

      여기에서의 늙은 밤나무는 나이 지긋하신 아버지의 힘을 은유한다. 그런데 그 가장은 가정에는 충실하지 않고 술과 여자로 떠돌아다니는 바람이다. 엄마가  밤나무 밑둥을 찍는 행위는 남편의 바람기를 잠재우고자 하는 의도를 넌지시 내비치는 바램을 의미한다.

      가정을 가진 가장이 마음을 안착해서 살지는 않고 바람이 들어 떠돌아 다니다가 술주정으로 횡포를 일삼는 행위는 나이 어린 딸에게 치명적이다.  남편을 바라보는 여자의 폭폭한 심정을 알아 줄 이는 없는데,  곁에서 늘 지켜보며 사는 딸아이의 항변이 은연중에 느껴진다.

      세상에 이러한 일을 겪는 여자의 심리를 이 글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마 오늘날 같아서는  참고 살아줄 여자도 없거니와 그런 남자는 도리어 쫒겨나게 될 것이다. 옛날에 순응을 미덕으로 여겼던 여인과 밤꽃이 주는 짙은 남성의 상징성이 끈끈하게 묻어난다.

      이 시가 최혜숙 시인의 신변작사인지, 아니면 이웃의 삶에서 착상을 얻은 것인지, 그도 아니면 생산적 상상에 의해서 창작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여기서 느껴지는 것은 밤꽃이 지니는 상징성을 가지고 남여의 상열지사 심상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그 신선한 충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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