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사랑은 수은 같은것
    전체보기 2010. 11. 12. 07:07

     

     

     

     

     

     

     

     

     

     

     

     

     

       김길순


    사랑은 수은(水銀) 같은 것


    사랑을 하면 왜 마음의 배가 고플까? 왜 채워지지 않는 것일까? 채워지지 않는 것은 고사하고 왜 더욱 비워지는 것일까? 비워지기는 고사하고 그 빈 공간이 더욱 크게 뚫려만 가는 것일까?

     

    채울수록 오히려 구멍이 더욱 크게 뚫리기만 하는 데도 사람들은 왜 죽고 살고 사랑을 하는 것일까? 사랑은 바로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곳에는 반드시 생명이 있고, 생명이 있는 곳에는 사랑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왜 어째서 사랑은 배고픈 꽃인가? 아무리 따 먹어도 따먹어도 배가 부르기는커녕 오히려 허기지는 배고픈 꽃, 그것이 사랑이라는 이름의 요술쟁이다.  

     

    청주여자교도에서는 지난 한 달간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백일장을 열었고 27명이 시를 출품했다고 한다. 거기에 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 입상 3명이 뽑혔다. 최우수상 수상작은 '살인미수'로 징역 7년을 선고 받고 4년 반을 살고 있는 박모씨의 글이다.


    "화장을 해도 감춰지지 않는 얼룩들/ 내 죄가 덕지덕지 배어 있다/ 어찌 부정하랴/ 내 나이 또한 애욕과 후회로 더해진 것임을…"


    여기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애욕'과 '후회'라는 말이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곧 사망을 낳는다고 기독성경은 말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늘 배고파 허덕이는 아귀도(餓鬼道)를 말하기도 한다. 여기에 왜 종교적 언어가 끼어들게 되는 것일까? 예수가 말했다. 나를 따르면 목마르지 않을 것이라고.

     

    덴마크의 종교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깨달은 게 바로 그것이다. 교회적 기독교를 버린 그는 인간이란 사랑의 배고픈 꽃을 따먹을수록 배가 고픈 쾌락적 단계에서 배가 덜 고픈 윤리적 단계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목마르지도 않고 배가 고프지도 않는 종교적 단계로 향상 발전한다고 갈파하였다. 신이 따먹지 말라는 선악과의 종교적 금기는 상징적 의미로 통한다. 인간의 욕망대로 선악과를 따먹으면 배고프고, 신의 계명대로 따먹지 않으면 배고프지 않다는 역설적 진리다.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이라고 조연현은 동시「진달래」에서 썼지만, 김소월은 시「산유화」에서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라고 표현했다. 김소월과 조연현 사이에는 "저만치"와 "배고픈 꽃"이라는 상관성이 존재한다. 사랑은 "배고픈 꽃"이기 때문에 "저만치"에서 존재한다.

     

    「선녀와 나무꾼」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은 저만치에서 존재했다. 그들이 만일 이만치에서 결혼하고 아들 딸 낳고 살았다면 사랑의 무지개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황송문은 「사랑은 먼 내일」이라는 장편소설에서 저만치의 세계를 갈파하지 않았는가. 사랑은 마치 수은 같은 것이라고.

     

    손바닥을 편 상태에서는 거기에 담긴 수은을 오래도록 볼 수 있지만, 자기만이 차지하려고 움켜쥐게 되면 수은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는 것을. 


         

    '전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미꽃과 찔레꽃  (0) 2010.11.13
    밤꽃의 상징성과 아버지의 바람기  (0) 2010.11.12
    안방 문  (0) 2010.11.11
    중국조선족 이상각 시인의 허수아비 까마귀論  (0) 2010.11.10
    고운정 미운정이 하나될 때에  (0) 2010.11.09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