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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정지용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琉璃)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고흔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山ㅅ 새처럼 날아갔구나 !※
이 시에는 시인의 슬픔과 외로움이라는, 자칫 넘치기 쉬운 감정이 유리라는 차가운
매체를 통해 상당히 절제되어 표현되고 있다. 1930년대 이미지즘의 대표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정지용의 이 시에는 감정 과잉을 염려한 시인의 절제된 움직임을 느끼
게 한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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