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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그날엔
    나의 이야기 2023. 7. 7. 00:01

     

     

      그날엔  

                                                                                                                                      이병률

     

     갖고 싶은 것 다 가지고 사는 사람 있는가 내 어머니의 연탄구멍 같은 교훈이 석유난로 위에서 김을 낸다 오랜만에 숭늉이 끓는다 어머니의 어머니는 딸을 두고 일찍 재가하셨고 세상에서 유명한 구멍 속으로 발을 들여놓으셨다 구멍만을 디디고 이 길까지 오신 어머니는 온통 세상이 혼자뿐인 것 같아 자식 스물을 꿈꾸셨지만 결국은 구멍에다 나를 빠뜨리셨다 한 길 가는 생명이 바람이 내어준 길을 따라 코를 열고 바빠할 때 난 듣는다 또 숭늉 끓이는 소리와 탄식은 탄식을 낳는다는 소리를


     어머니는 살아 계시지만 그 말을 어머니의 살아 계시는 유언이라 믿는다 세상의 문이 고쳐져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기까지 갖고 싶은 것 다 갖고 살지 못한다 나는 영영 태어나지 않을 부자가 되어 무섭게 떠돈다 땅이 사람 가슴 안에서 얼마나 여러 번 쪼개어지는가를 본다 어머니가 내 자식을 연인처럼 사랑하다 들킨 듯 웃으시는 걸 본다 그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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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률 시인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서울예전 문창과 졸업/파리 영화학교 ESEC 수료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좋은 사람들> <그날엔>당선.
    시힘 동인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찬란> <눈사람 여관> 외
    현재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작가

     

    (출처 시인회의 카페)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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