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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호박꽃과 호박죽나의 이야기 2023. 7. 6. 00:01
호박꽃과 호박죽
김길순
호박꽃도 꽃이냐는 말은 있지만
호박죽도 죽이냐는 말은 없다.
호박꽃은 천대하면서도 호박죽은 대접하는 것을 보면
사람이건 사물이건 잘 생기거나 맛이라도 있어야 대접을 받는다.
요즘 입맛을 잃었는데 갑자기 호박죽이 먹고 싶어졌다.
어릴 때 길들여진 음식이라 먹고 싶었으리라.
늙은 호박과 단호박을 함께 삶아 믹셔기에 갈았다.
물에 불린 찰쌀과 삶은 팥을 넣어 끓을 때 까지 저었다.
늙은 호박을 탐탁찮게 여겼는데, 죽을 쑤니 꿀맛이다.
꽃이나 사람이나 저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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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순 : 경주
저서:제1시집 단추, 제2 시집 피아노와 도마소리
공저 : 한국명시선7(어느 간이역의 겨울밤), <꽃무리> <모반을 꿈꾸다> <무늬를 읽다>등
수상 : 중랑구 문화예술인상(2006년), 다산문학산, 세종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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