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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희망은 카프카의 K처럼
    나의 이야기 2023. 7. 5. 00:01

    뭉크 그림 다음 이미지 발췌

     

    희망은 카프카의 K처럼                           

                                                           장석주

     

    희망은 절망이 깊어 더 이상 절망할 필요가 없을 때

    온다.

    연체료가 붙어서 날아드는 체납이자 독촉장처럼

    절망은

    물빠진 뻘밭 위에 드러누워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아 감은 눈 앞에

    환히 떠오르는 현실의 확실성으로

    온다.

    절망은 어둑한 방에서

    무릎 사이에 머리를 묻고

    서랍을 열어 서랍 속의 잡동사니를 뒤집어 털어내듯이

    한없이 비운 머릿속으로

    다시 잘 알 수 없는 아버지와 두 사람의 냉냉한 침묵과

    옛날의 病에 대한 희미한 기억처럼

    희미하고 불투명하게 와서

    빈 머릿속에 불을 켠다.

    실업의 아버지가 지키는 썰렁한 소매가게

    빈약한 물건들을

    건방지게 무심한 눈길로 내려다보는 백열전구처럼.

    핏줄을 열어, 피를 쏟고

    빈 핏줄에 도는 박하향처럼 환한

    현기증으로,

    환멸로,

    굶은 저녁 밥냄새로,

    뭉크 畵集의 움직임없는 여자처럼

    카프카의 K처럼

    와서,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의 주인을

    달래서, 살고 싶게 만드는

    절망은

     

    **********************************************

     

    장석주                                                                  

    1954년 충남 논산(연무)출생.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았고,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으며,

    같은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입선했다.

    1979년 시집 '햇빛 사냥'을 낸 이후, '완전주의자의 꿈' '그리운 나라'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 '어떤 길에 관한 기억' 등의 시집과 시선집 '어둠에 바친다', 그리고 평론집
    '한 완전주의자의 책읽기' '비극적 상상력' 등을 출간했다.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햇빛사냥>  1979

    시집 <완전주의자의 꿈>  1981

    시집 <그리운 나라>  1984

    시집 <어둠에 비친다>  1985

    시집 <어떤 길에 관한 기억> 1989  등

     

     

     

    다음 이미지 뭉크 그림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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