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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지붕 위, 지붕 아래나의 이야기 2023. 8. 10. 00:01
지붕 위, 지붕 아래
마경덕
1호선이 스쳐 가는 역
길가에는 지붕만 보이는 허름한 공장이 있고
천막 천으로 덧댄 공장 지붕에는
낡은 페타이어가 드문드문 누워 있다
수원역을 향해 달리는 열차는 그곳을 빠르게 지나가고
검은 페타이어도 금세 눈앞에서 사라진다
왜 굳이
허리를 굽히거나 고개를 돌려 창 너머 그들을 확인하는가
지붕만 보여주는 공장은 그 자리에 있고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가며
가벼운 내 밥벌이를 생각한다
다행이다
지붕이 무사하니 지붕 아래도 무사할 것이다
벌써 십년이 지났다
***
- 《 열린시학 》2023년 여름호
※
마경덕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신발論』『글러브 중독자』『사물의 입』『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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